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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이야기

조랭이 떡국 : 유래, 무서운 숨겨진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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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아침이면 누구나 떡국 한 그릇을 떠올린다. 그런데 떡국에도 여러 종류가 있고, 그중에서도 강원도를 중심으로 먹는 조랭이떡국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다. 조랭이떡은 작고 둥글게 비틀린 독특한 모양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단순한 미적 요소가 아니라 역사적 사건과 깊은 관련이 있다. 특히 조선을 세운 이성계와 고려 왕족(王氏)의 운명과 맞물려 있다. 떡 한 그릇에 담긴 복과 장수의 의미, 그리고 피로 얼룩진 고려 왕조의 몰락. 조랭이떡국이 가진 두 얼굴의 의미를 살펴보자.

 

1. 조랭이떡 상징: 누에고치와 조롱박

 

조랭이떡은 보통 가래떡을 둥글게 비틀어 만든다. 이러한 모양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누에고치조롱박을 닮아 있다.

  • 누에고치: 끊임없이 실이 나오는 누에고치는 장수와 번영을 의미하며, 오래도록 복이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
  • 조롱박: 조롱박은 예로부터 복을 담아 불러온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그래서 조랭이떡의 둥글게 꼬인 모양은 복을 부르고, 길게 오래 살기를 기원하는 의미를 지닌다.

 

 

그러나, 이 떡에는 전혀 다른 의미도 숨겨져 있다.

2. 조랭이떡과 이성계,  고려 왕족의 몰락

 

조랭이떡국의 또 다른 해석은 이성계를 저주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1388년, 이성계는 위화도 회군을 통해 고려 왕조를 사실상 무너뜨리고 조선을 건국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고려 왕족인 왕씨(王氏)들은 무자비하게 숙청되었다. 이때 고려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은 조랭이떡을 먹으며 이성계의 목을 비틀어버린다는 은밀한 의미를 담았다. 조랭이떡을 둥글게 꼬아놓은 모양이 마치 목이 비틀린 형상을 연상시킨다는 것이다. 당시 고려를 섬기던 신하들과 백성들은 이 떡을 먹으며 이성계에게 한을 품고, 조선 왕조에 대한 분노를 삭이는 의식을 치렀다고 전해진다.

 

 

3. 왕씨의 운명과 성씨의 변화: 전씨와 옥씨의 탄생

왕씨(王氏)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성을 바꿔야만 했다. 조선 초, 고려 왕족은 철저히 제거되었으며, 살아남은 자들은 이성계의 눈을 피하기 위해 성을 개명해야 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재치 있는 방법이 등장한다.

  • 王(왕) → 全(전): ‘왕(王)’이라는 글자에 ‘八(팔)’자를 덧붙여 ‘전(全)’으로 바꾸었다. 이는 **"팔자를 바꿔서라도 살아남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 王(왕) → 玉(옥): ‘왕(王)’자에 점 하나를 찍어 ‘옥(玉)’으로 만들었다.

이렇게 하여 고려 왕족의 일부는 전씨(全氏)와 옥씨(玉氏)라는 새로운 성씨를 가지게 되었다. 성까지 바꿔가며 살아남아야 했던 고려 왕족의 비극적인 운명이 숨어 있는 것이다.

 

 

 

4. 조랭이떡국, 한과 장수의 이중적 의미

 

오늘날 조랭이떡국은 단순한 떡국의 한 종류로 여겨지지만, 그 속에는 길고 원만한 삶을 기원하는 의미와 동시에 억울하게 몰락한 고려 왕족들의 한과 분노가 함께 녹아 있다.

 

한편, 시간이 지나면서 조랭이떡국은 정치적 의미를 잃고, 가족 간의 화목과 건강을 기원하는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부드럽고 소화가 잘되는 특성 덕분에 남녀노소 누구나 먹기 좋고, 복을 기원하는 음식으로 변모한 것이다.


이 떡을 만든 고려의 유신들과 백성들은, 작은 떡 한 조각에 담긴 비틀린 형상을 보며 어떤 감정을 품었을까? 조랭이떡국은 단순한 겨울철 별미가 아니다. 그 속에는 조선 개국의 피바람과, 왕씨의 생존 전략, 그리고 백성들의 저항 정신이 함께 녹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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